1. Pure (08:04)
2. Lady Bug (04:25)
3. Self-hypnotism (05:05)
4. Bouncin’ (04:52)
5. Mr P.b (07:36)
6. Just One Of Those Things (04:43)
7. Time Management (04:21)
8. Wanning (07:13)
9. Unbalanced Beauty (05:31)
10. Kissena (06:57)

색소폰 트리오가 엮어내는 비밥의 공격성, 포스트밥의 현대성! 켄지 오매-김창현-크리스 바가 C2K Trio, [Unbalanced Beauty]

C2K Trio / Unbalanced Beauty

2005년 발매되어 국내 재즈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Triologue(트리오로그)’의 베이스 연주자 김창현을 중심으로 결성된 재즈 그룹 ‘C2K Trio(씨투케이 트리오)’의 2006년 신작. 버클리와 인디아나 음대를 수료하고 현재 백제 예술대 교수로 재임하며 신영옥, 한충완, 나윤선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세션에서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던 그는 미국 출신으로 국내 최고의 재즈 드럼 세션으로 평가 받고 있는 크리스 바가와 국내에서는 임인건의 앨범의 세션으로 알려진 일본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켄지 오마에와 함께 야심찬 한.미.일(韓.美.日)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된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창작곡 위주의 현대적인 포스트 밥 사운드를 실험하고 있는 본 작품은 탄탄한 작곡의 뼈대를 갖춘 무한의 공간을 배경으로 세 뮤지션의 자유로운 인터플레이와 열정적인 연주가 빛을 발하는 한국재즈에서 보기 드문 호연으로 재즈 애호가라면 반드시 소장할 만한 높은 음악적 감흥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뛰어나지만 이중 첫 트랙 부터 긴박한 호흡의 강렬한 임프로바이징이 돋보이는 ‘Pure’와 서정성을 배제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들만의 독창적인 음악관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Unbalanced Beauty’ 등은 반드시 필청을 권한다.

국내 재즈계의 토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척박하다. 그럼에도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건 재즈의 씨를 틔울 수 있는 단비 같은 앨범들이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C2K 트리오의 앨범 [Unbalanced Beauty] 역시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수작이다. 사실 이 앨범을 온전히 ‘국산’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베이시스트인 김창현을 제외한 나머지 두 멤버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러머 크리스 바가와 색소포니스트 켄지 오매가 우리와 맺은 그 인연의 시간들을 헤아려본다면 이 앨범의 국적은 분명 대한민국이다.
앨범은 ‘Just One Of Those Things’를 제외하곤 팀 멤버들의 오리지널로 채워져 있다. 트리오로그에서 인상 깊은 연주를 보여주었던 김창현의 구도하는 듯한 베이스 연주는 C2K 트리오 음악의 근간이 되고 있다. 피아노리스 밴드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이 앨범을 선택한다면 의외의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세 명 모두 느슨한 연주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대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음악적 목표를 향해 달리는 듯한 이들의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난해하다기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온다.

캐나다 출신의 테너 색소포니스트 켄지 오매. 캐나다 토론대 대학과 미국의 퀸즈 칼리지에서 테너 색소폰 석사를 취득하고, 현재 백제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의 음악적 포인트는 비 밥의 정통성, 포스트 밥의 현대성을 풀어낼 줄 아는 밥(Bop)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커뮤니케이션과 인터플레이에 능해 동료 뮤지션들이 가장 선호하는 테너 색소포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는 켄지 오매의 연주에는 기승전결이 분명한 논리적인 구성력과 밥에 대한 완벽한 이해, 가열찬 에너지가 뜨겁게 공존한다.
2005년 한국 재즈 팬들을 열광케 했던 트리오로그의 베이시스트 김창현. 2002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트리오로그 활동 외에도 신영옥, 나윤선, 한충완, 송영주, 배장은 등의 음악에서 선굵은 베이스의 매력을 자랑해온 그의 음악적 본령 역시 비 밥이라는 선명한 목표를 지나고 있다. 반주자로서 전락하는 것이 아닌, 안정된 템포, 정확한 피치, 풍부한 톤으로 리듬의 역할을 상승시키고, 창의적인 솔로와 능동적인 리듬 섹션의 한 축으로 현대적인 비 밥을 저술하고자 한다.
드러머 크리스 바가는 한국 재즈의 발전에 보석과도 같은 존재이다. 미국 네브라스카와 시카고, 버클리에서 공부하며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주목할만한 드러머이자 비브라폰 연주자로 인정받아온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바쁘고 쓰임새 많은 재즈 뮤지션으로 한국 재즈의 발전과 진화를 주선해 주었다. 임미정, 전성식과 함께 재즈 쿼텟 네브라스카를 조직, 활동하였으며, 그의 섬세하고 정확한 드러밍은 장르를 불문하고 국내의 재즈 앨범, 영화 음악, 공연에서 언제나 선호와 동경의 대상이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음악 철학을 지니고 있는 크리스 바가의 음악이 내딛는 한결같은 지향은 전통을 지키되,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해 열려 있고, 도전하는 것이다.

2006년 한국 재즈의 지형도에서 가장 넓고 깊은 활동 영역을 자랑해 온 세 명의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내면에 숨겨 놓았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재즈에서 멜로디, 리듬, 코드, 화성을 장악하고 있는 피아노의 막강한 위상을 배제한 피아노리스 트리오(Pianoless Trio). 색소폰-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색소폰 트리오는 소니 롤린스, 조 헨더슨, 브랜포드 마살리스 조차도 간간이 선택했던, 지극히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편성이다. 단선율의 악기인 색소폰이 멜로디 라인을 주도해야하는 색소폰 트리오의 특성을 빌려, 그들은 그간의 음악 활동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메인스트림 재즈의 공격성, 창조적인 에너지를 한꺼번에 분사한다. C2K 트리오의 첫 번째 앨범 [Unbalanced Beauty]는 제목 그대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색소폰 트리오가 구조적으로 지니는 불균형을 미학적으로 완성시키고자 한다. 더불어 한국적인 재즈, 컨템포러리 재즈라는 불분명한 가치 아래 금기시되었던 비 밥 특유의 공격성과 맹렬한 속도감, 포스트 밥의 현대성이 아낌없이 해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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